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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er's Note
패스트파이브 다수 지점, 네이버 1784 프로젝트, 그리고 아키스케치 성수 오피스까지. 한결 디자이너님은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머물고, 만나고, 연결될지를 가장 오래 고민해 오신 분이었어요. 한결님은 설계 도면을 넘어서 정서와 관계까지 상상하는 태도로 공간을 만들어가고 계셨습니다. 수십 명이 오가는 공유 오피스 속에서 유연함을 설계해내고, 사람의 흐름을 따라가는 구조를 만드는 일. 치밀한 설계와 열린 사고를 함께 품고 있는 디자이너, 한결님의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봅니다.
Archisketch(아키): 종종 뵙다가 인터뷰로 뵈니 색다르네요. 한결님, 간단한 소개와 함께 요즘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요.
한결디자이너(한결): 그러게요. 예지님이 제 스토리를 거의 다 알고 계시는데 이렇게 막상 제대로 말하려고 하니까 어디서부터 공유하면 좋을까 고민이 드네요ㅎㅎ
안녕하세요, 공간을 디자인하고 가르치는 디자이너 한결입니다. 디자이너로서 좋은 프로젝트 기회가 생길 때마다 기획 설계부터 실시 설계까지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동시에 인테리어 제도, 스케치, 컬러리스트 같은 과목들을 강의하며 강사로서의 커리어도 함께 이어가고 있어요.
작업 리듬은 꽤 다층적인 편이에요.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공간의 구조와 색에 대해 이야기하다가도, 바로 회의실로 넘어가 클라이언트와 실무 논의를 하고, 다시 집에 돌아와선 다음 수업의 시각 자료를 만드느라 밤늦게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날도 많아요.
여유롭진 않지만,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설계도 그리고, 말도 하고, 때로는 배우기도 하는 이런 흐름이 지금의 제 생활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어느 하나만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균형이 되어주고요.
아키: ‘공간’이라는 매체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한결: 어릴 때부터 예체능에 자연스럽게 끌렸어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눈으로 조화를 읽는 일이 즐거웠고, 전공을 고민할 시점에는 '순수예술보다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이 더 나와 맞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그중에서도 인간이 직접 경험하고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매체는 저에게 유독 매력적으로 다가왔고요.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외에서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싶다는 마음에 싱가포르로 건너가 첫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그곳에서 3년 동안 실무를 하면서 다양한 문화권과 협업하는 경험을 쌓았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여러 기업과 프로젝트를 거치며 조금씩 저만의 디자인 관점을 정립하게 됐죠.
가장 전환점이 되었던 건 패스트파이브의 초기 멤버로 서울숲점 공간을 총괄했을 때였어요. 공유 오피스라는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머무르고, 관계를 맺고, 성장해나가는 공간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단순한 레이아웃 이상의 고민이 필요했어요. 맨땅에서 독립적으로 기획부터 시공까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이 저를 진짜 디자이너로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그 프로젝트를 계기로 네이버 1784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도 PM으로 참여할 수 있었고, 지금은 여러 사람에게 디자인을 가르치는 일도 함께 하고 있어요. 결국 다양한 형태의 경험들이 지금의 작업 방식과 철학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해요.
아키: 첫 커리어를 싱가포르에서 시작하셨다고요. 해외 경험이 한결님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듣고 싶어요.
한결: 아무래도 싱가포르는 특히 다인종 다문화 국가다 보니 정말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이었어요. 제가 다녔던 회사에도 싱가포르,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모두 함께 일했었어요.
싱가포르 첫 프로젝트 | image © 한결
언어도 문화도 너무나 제각각인 동료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비전을 가지고 협업하다 보니, 그 속에서 제 시야와 경험이 엄청나게 확장되었고, 그런 경험들이 지금 제가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시키고자 하는 디자인관의 바탕이 된 것 같아요.
특히 싱가포르는 건축법상 동일한 디자인의 건물을 반복해서 짓는 것을 제한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틀에 갇히지 않은 디자인’이 일상화된 환경이었고, 이런 배경 역시 제게 공간의 다양성과 창의성에 대한 감각을 크게 넓혀주었어요.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 | image © 한결
아키: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은 한결님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꼽히죠. 그 공간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떠올린 키워드는 무엇이었나요?
한결: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은 제게도 굉장히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어요. 1인부터 몇 백 명 규모의 기업까지 다양한 사용자가 함께 일하고 살아가는 공유 오피스였기 때문에, 처음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떠올린 키워드는 ‘연결’과 ‘성장’이었어요.
이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단순히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더 나은 일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기획 단계부터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이 공간이 일에 어떤 감정을 더해줄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놓지 않고 계속 고민했죠.
업무를 위한 효율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관계와 움직임까지 설계된 장면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결과적으로 서울숲점은 공간 그 자체보다, 그 안에서 생겨나는 경험과 감정이 중심이었던 프로젝트였어요.
아키: 한결님이 말하는 ‘유기적인 공간’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사람 사이의 연결까지 고민하신다고요.
한결: 저는 공간을 그저 벽돌이나 마감재로 구성된 ‘형태’가 아니라,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경험의 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간을 설계할 때는 항상 사람들의 동선, 시선, 움직임을 상상하며 접근하게 돼요.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 역시 그 고민의 연장선이었어요. 12개 층에 입주한 다양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연결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어디에서 사람들이 모이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사무실 구조를 넘어, 200평 규모의 메인 라운지를 확보했고, 그 공간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좌석과 존을 유기적으로 엮어냈어요. 유일하게 테라스가 있던 층의 복도를 ‘라운지화’하는 설계를 통해 전 층 입주자들이 자발적으로 방문하고 머무는 흐름을 만들기도 했어요.
아키스케치 성수오피스 같은 경우에는 벽이나 파티션 없이 넓게 트인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어요. 저에게 ‘유기적’이라는 건 곧 공간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에 숨겨진 디테일이에요. 우연한 만남, 자연스러운 체류, 의도된 시선 – 그 모든 것들이 유기적 공간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아키스케치 성수오피스 | render © Archisketch
아키: 아키스케치 콘테크 포럼 때 발표하셨던 게 인상 깊은데요, 인터뷰에서도 한번 더 나눠주세요.
한결: 사람들이 공간 안에서 감동 받거나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싶어요. 제 디자인의 핵심 키워드는 '진심'입니다. 진심으로 그 공간을 사용할 사람들을 생각하고, 진심으로 그들의 일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하는 마음.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출발점이에요.
아키스케치 2023 Con-tech 포럼 | image © Archisketch
공간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진짜 니즈를 파악하고, 그 공간이 위치한 지역의 특성과 문화를 존중하며,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 이 세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의미 있는 공간이 탄생한다고 믿어요.
아키: 디자인이 사람 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한결: 네, 저는 디자인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어요. 특히 요즘처럼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연결이 낯설어진 사회에서는 그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연결이 너무 직접적이거나 강요되면 오히려 거리감이 생기기 때문에, ‘우연한 마주침’과 ‘자연스러운 유대감’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지를 고려하죠.
그리고 공간에 오래 머문다는 건 결국 신체뿐 아니라 감정도 편안하다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설계를 할 때 항상,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해요.
공간적으로는 ‘혼자 있는 것 같지만 폐쇄되지 않고, 함께 있지만 간섭받지 않는’ 구조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를 위해 좌석 배치나 시선의 흐름, 가구의 높낮이, 파티션의 개방감 같은 디테일들을 조정하죠. 예를 들어, 같은 공간 안에 있어도 어떤 위치에서는 시야가 열리고, 또 다른 위치에서는 살짝 가려져서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게 설계해요.
아키스케치 성수오피스 | image © Archisketch
상업공간 중 특히 오피스 공간을 디자인할 때는 우선은 ‘사용성’과 ‘분위기’, 두 가지를 기본값으로 잡고 출발해요. 자주 오거나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하거나 불편하지 않도록, 좌석 형태나 무드에 다양성을 주는 것이 핵심이었죠. 예를 들어, 어떤 존에서는 컬러풀한 시각 자극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고, 또 다른 존에서는 조도가 낮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깊은 몰입을 할 수 있게 설계하죠.
이런 설계는 동선이나 레이아웃의 문제를 넘어서, 사람 간의 감정적 거리까지 조절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디자인을 통해 누군가가 누군가를 스치듯 지나가고, 문득 시선을 나누고, 그러다 관계가 시작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아키스케치 성수오피스 720투어
아키: 작업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감각이나 조율 방식이 궁금해요. 한결님만의 믹스앤매치 감각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한결: 제 프로젝트를 보고 그렇게 느끼셨다니. 영광이에요. 저는 이질적인 것들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믹스앤매치’라는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낡은 것과 새 것,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 무채색과 비비드 컬러처럼 서로 상반되는 성질들이 함께 놓였을 때 공간이 주는 감도가 훨씬 더 풍부해진다고 느껴요.
무채색과 비비드 컬러처럼 서로 상반되는 성질, 믹스앤매치 생성형 AI
그런 대조를 감각적으로 조율해 낼 수 있을 때, 사용자 입장에서는 새롭고 위트 있는 공간으로 받아들여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투박한 콘크리트 마감 위에 유려한 곡선의 가구가 놓인다거나, 복잡한 패턴 안에 절제된 조명이 들어오는 방식처럼요.
이런 방식은 단순한 시각적 재미를 넘어, 공간이 가진 입체적인 이야기를 가능하게 해줘요. 같은 공간 안에서도 다양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재료나 색, 구조적인 대비를 의도적으로 구성하는 걸 즐깁니다. 공간은 하나의 기분을 고정시키기보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나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다른 느낌을 주는 게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콘크리트 마감 위 유려한 곡선의 가구, 복잡한 패턴 생성형 AI
아키: 올해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혹은 앞으로 더 시도해보고 싶은 공간이나 디자인 방식이 있다면요?
한결: 최근엔 기술과 디자인이 상생하는 공간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네이버 1784 프로젝트’를 경험한 이후, 공간이 단순한 오프라인 장소를 넘어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사람들에게 더 넓은 경험을 줄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계속 고민하게 되었거든요.
그 연장선에서 최근에는 ‘아키스케치’ 툴을 활용해 기획부터 시공까지 총괄한 오피스 공간을 디자인했어요. 기획과 시뮬레이션, 커뮤니케이션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디지털 프로세스를 직접 체감하면서 이 방식의 가능성을 많이 느꼈습니다.
혼자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자리부터, 팀 단위로 회의를 하거나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구성까지, 사용자의 취향과 업무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을 열어두는 것, 그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설계 방식이에요. 결국 공간은 그 자체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 리듬을 유지하며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느냐로 평가받는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한편으론, 공공성과 기술이 만나는 장소에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계속 갖고 있어요. 예를 들어 최근 제가 참여한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은 첨단 기술이 일상과 맞닿은 공간인데, 그 안에서 사용자가 느끼는 감각, 동선, 체험들이 설계를 통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많이 고민했어요.
앞으로도 공간 안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새로운 경험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는 프로젝트라면 어떤 분야든 기꺼이 도전하고 싶어요. 결국 저에게 공간 디자인은 ‘형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경험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 한결디자이너 소파 제작 | image © 한결
아키: 지금의 공간, 혹은 아키스케치로 구성한 3D 공간 안에 한 점의 오브제를 둔다면 어떤 걸 선택하시겠어요?
한결: 제가 고르고 싶은 오브제는, 제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까지 참여했던 유기적인 형태의 소파예요. 각기 다른 컬러와 형태의 모듈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는 구조인데요, 사용자가 앉는 위치에 따라 시선이 분산되고, 관계의 밀도가 달라지는 좌석 배치를 의도했어요. 한 공간 안에 세 명이 앉을 수 있지만, 서로의 시선은 마주치지 않게 설계되어 있어요.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함께 어우러져 있는 느낌을 주죠.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 한결디자이너 벤치 제작
그 가구가 놓였던 공간의 콘셉트, 그리고 실제 사용자들이 앉고 머물며 만들어낸 장면까지 모두 기억에 남아서, 지금 다시 하나의 장면을 구성한다고 해도 꼭 그 소파를 다시 선택할 것 같아요.
저는 공간과 오브제가 서로를 완성시키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브제를 선택할 때도 단순히 예쁜 것보다, 그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요.
interview project info:
name: 한결
location: Seoul, South Korea
dates: May 27, 2025
👉 한결님에게 디자인 컨설팅을 의뢰하고 싶다면, @Vera한결 에서 문의하실 수 있어요.
(※ 프로필은 아키스케치 앱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20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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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V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