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대신 공간을 짜다, 250여명의 공간을 디자인한 커리어 전환기

대기업 개발자라는 안정적인 커리어를 뒤로하고, 전공과 전혀 다른 세계를 뛰어든 선택을 한 Studio bnm님의 인터뷰입니다.

Archiske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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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er's Note
지은님은 대기업 개발자라는 안정된 커리어를 뒤로하고, 전공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발을 디디셨어요. 그 선택은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전환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스스로를 끊임없이 배우고 다듬는 지은님은 몇 년 동안 이 일을 꾸준히 이어오신 과정 속엔 단단한 진심이 담겨 있었고, 그 조용한 꾸준함이 저에겐 무엇보다 인상 깊었어요. 화려함보다는 진심을, 속도보다는 흐름을 택하시는 지은님은 그래서 그런지 공간에는 늘 다정한 결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Archisketch(아키): 지은님, 반갑습니다! 개발자에서 공간 디자이너로 정말 흥미로운 여정을 걸어오셨더라고요.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정말 기대가 컸어요. 직접 소개도 부탁드릴게요.

Studio bnm(지은):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감사해요. 안녕하세요. 아키스케치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프리랜서로 1인가구 공간 컨설팅을 하고 있는 김지은이라고 합니다. 아키스케치에서는 Studio bnm으로 활동 중이에요.

아키: 어떤 계기로 공간을 설계하는 길을 선택하게 되신 건지 너무 궁금했어요.

지은: 몇 년 전, 저는 대기업 소프트웨어 개발자였어요. 시스템 운영 및 클라우드 개발을 8년 정도 했죠. 일은 나름 잘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 인정도 받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마음이 항상 무겁더라고요. 뭔가 잘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렇게 연고가 없던 지역으로 넘어가 첫 자취를 하게 되면서 당시 살던 집을 혼자 꾸미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그 과정을 계기로 공간과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러다 아키스케치를 알게 되어 더 다양한 작업을 해볼 수 있었어요.

개발자 시절 | image © Studio bnm

아키: 사실 개발자로서 8년 경력은 안정적인 커리어잖아요. 그걸 내려놓는다는 건 큰 결심이었을 것 같아요. 아쉬움은 없으셨나요?

지은: 음.. IT직종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전공 때문이었어요ㅎㅎ. 당시에는 개발자 취업이 1순위였거든요. 하지만, 8년간 같은 일을 해오면서 이 일이 재밌다거나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됐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만약 앞으로 평생 ‘일’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면 되도록 그 ‘일’이 돈을 버는 수단보다는 내가 즐거워 하고 진심을 담아 할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평소 관심 있었던 공간, 인테리어 관련 분야를 선택하게 되었답니다.

아키: 인테리어에서 3D 영역은 비전공자에게 쉽지 않았을텐데, 그 벽을 넘는 데 아키스케치가 어떤 역할이 되주었나요?

지은: 맞아요. 그런데 아키스케치를 만나고 나서 다른 유형의 집도 꾸며보고, 직접 도면을 가져와 내가 그 집에 사는 사람인 것처럼 인테리어를 정말 쉽게 해볼 수 있었어요.

아키스케치는 이런 제 여정에 밑바탕이 되어 최근에는 홈스타일리스트 교육 수강을 하고 ‘공간 디렉터’라는 명칭도 얻었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키스케치는 저에게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장을 열어준 Key 같은 존재예요. 특히 컨설팅의 중간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동선이 나오는지 확인하거나, 고객이 상상하기 어려운 배치 시안을 쉽게 보여줄 수 있거든요. 색상이나 재질까지 미리 조합해 볼 수 있어서, 고객도 더 확신을 가지고 결정하게 되는 것을 경험했어요.

아키: ‘Studio bnm’ 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어떤 의미인가요?

지은: ‘Studio bnm’은 between night and morning, 그러니까 밤과 아침 사이의 '틈'이라는 뜻이에요. 하루가 정리되고 또 다시 시작되는 그 중간의 시간. 저는 그 시간을 정돈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밤과 아침 사이가 사람들이 무방비해지는 시간이기도 하거든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고, 아무거나 해도 괜찮은 시간. 저는 그 틈에 머무는 공간이 다정하고 편안하길 바라요. 그래서 제 작업도, 그 감각을 따라갑니다. 이름에도 그 마음을 담았고요.

공간에서 사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정말 잘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데요. 그런 루틴과 감정의 결을 읽고, 불필요한 걸 덜어낸 뒤 남은 것들에 자리를 찾아주자는 의미예요.

Studio bnm logo

아키: 1인 가구 초점을 둔 프로젝트들이 많이 보이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혹시 실제 사례를 많이 접하시면서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된 걸까요?

지은: 맞아요. 지금까지 250명 이상의 (1인 가구)고객님들과 인테리어 컨설팅을 진행했어요.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타깃에 더 집중하게 됐어요.

1인 가구는 효율성이 정말 중요해요. 면적은 작지만, 그 안에 삶의 거의 모든 기능이 들어 있죠. 그러다 보니 예산이 넉넉한 경우는 드물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현실적인 해법이 필요해요. 사실 수익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는 이 일이 ‘예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 그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하루가 더 가벼워지고, 쉬는 시간이 조금 더 평온해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느껴요. 그게 제가 공간을 다루는 방식이고,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예요.

아키: 지금 말씀을 들으니, ‘사람’ 중심으로 공간을 바라보신다는 게 느껴져요. 지은님이 공간을 구상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뭘까요?

지은: 없앨 수 있는 걸 먼저 비워보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하거든요. 특히 작은 공간에서는 물건을 정리하면 공간도 따라 정리돼요. 물리적으로 넓지 않은 공간 안에 내 루틴과 물건들이 얼마나 겹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버리라는 얘기가 아니라, 지금의 삶에 맞게 다시 정돈되고 재배치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거죠.

‘이 집에 사는 사람은 어떤 흐름으로 하루를 보낼까?’를 가장 먼저 떠올려요. 예쁜 가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저가 공간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어디에서 오래 머무르고 어디에서는 그렇지 않은지를 상상하곤해요. 예를 들어, '퇴근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가방을 어디에 두실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낸 후 소파까지 가는 동안 몇 걸음이나 옮기게 되실지, 그 동선에 방해가 되는 것은 없는지…' 그런 사소한 흐름을 읽는 데서부터 시작하죠.

디자인은 그러한 일상의 흐름을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이어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한 공간 안에서도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다 다르잖아요. 누군가는 바닥에 앉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는 주방 근처에 머무는 시간이 긴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언제나 ‘어떤 구조가 가장 예쁜가’보다 ‘어떤 구조가 이 사람의 삶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3D프로젝트 평면도 | image © Studio bnm

아키: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루틴을 고려하신다니, 실제 컨설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너무 궁금해지네요! 온라인으로만 진행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지은: 네, 실제로 디테일하게 진행돼요. 기본적으로는 온라인 비대면 방식이고요, 컨설팅 의뢰가 들어오면 먼저 아주 꼼꼼한 설문지를 보내드려요. 질문이 꽤 많아서, 작성하는 데 30분 이상도 걸릴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최근 3개월 안에 손님이 얼마나 자주 오셨나요?”, “침대는 넓은 걸 선호하시나요, 아니면 수납이 더 중요하신가요?”, “박스류 짐이 많으신가요?” — 작은 공간에서는 이런 정보들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한 칸 한 칸이 소중하니까요.

Studio bnm 컨설팅 설문지 | image © Studio bnm

그 다음엔 도면과 공간 사진을 받아서, 구조나 벽면 상태 등을 확인해요. 눈으로 봤을 때는 보이지 않는 요소(벽에 붙어 있는 구조물, 콘센트 위치)들도 고려해서 가구 배치를 설계하죠. 그렇게 만든 1차 시안을 공유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화상 통화로 간단한 설명을 드리기도 해요. 특히 공간에 대한 이해가 어려우신 분들에겐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화면을 함께 보며 설명하는 게 더 도움이 되니까요.

배치가 정리된 후 스타일링 작업을 해요.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3D 렌더링 이미지와 함께 실제 구매 가능한 가구와 소품 리스트를 드려요. 제품은 거의 ‘오늘의집’에서 골라요. 아무래도 1인가구에서 부담없이 합리적인 금액에서 구매하실 수 있어서요. 재미있는 건, 그 리스트에 있는 제품을 고객이 실제로 구매하시면 저는 오늘의집 큐레이터 수수료도 조금 받아요.

작업실 | space © Studio bnm

아키: 정말 하나의 작은 공간도 성의껏 다뤄지겠다는 게 느껴집니다. 요즘은 브랜드 협업도 꾸준히 아키스케치에 올라간 걸 보았어요. 혹시 구상 중인 아이디어가 있을까요?

지은: 네, 앞으로는 개인 의뢰 외에 브랜드 협업도 확장하고 싶어요. 특히 제가 자주 사용하는 오늘의집 입점 브랜드나, 데스커 같은 곳들과 협업해서 3D 스타일링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제가 구상 중인 건, 하나의 ‘가상 룸 템플릿’을 만들어두고 여기에 브랜드 제품들을 유연하게 입혀볼 수 있는 형태예요. 마치 하나의 스튜디오처럼요. 3D이기 때문에 제약도 없고, 제품의 맥락을 더 풍부하게 보여줄 수 있거든요. 궁극적으로는 ‘정리 + 스타일링 + 가구 배치’를 하나로 묶은 3D공간 콘텐츠 솔루션을 만들고 싶어요. 브랜드의 맥락과 사용자 경험까지 함께 담는 방향이에요.

아키: 그럼 실제 작업에 자주 활용하시는 브랜드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은: 컨설팅 때는 실용성과 접근성을 가장 먼저 고려해서 주로 오늘의집에 입점된 브랜드 위주로 제안해드려요. 실제로 구매가 쉬워야 컨설팅 이후의 실천도 따라오기 쉬우니까요.

자주 사용하는 브랜드로는 소프시스(Sofsys), 듀커소파(Duker), 데스커(DESKER)가 있어요. 소프시스는 가격 대비 디자인이 깔끔하고 작은 공간에 잘 어울리는 제품이 많아서 자주 쓰고요, 데스커는 서재나 거실 같은 공간에 기능성 있게 배치할 수 있어서 특히 1인 가구에 추천하기 좋아요. 상판 크기나 수납 구조가 다양해서 집 구조에 맞춰 모듈을 구성하기에도 유연하고요.

듀커소파 DK080소파 3D렌더샷 | image © Studio bnm

반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들은 조금 결이 달라요. 위키노(Wekino)플랫포인트(Flat Point)처럼 따뜻하고 미니멀한 무드를 가진 브랜드들을 좋아해요. 선이 간결하고 여백이 많은 디자인, 그러면서도 존재감이 또렷한 가구들이 좋더라고요.

그중에서도 위키노는 제 취향을 가장 잘 반영하는 브랜드예요. 화려하지 않고 단정하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는 디자인이 많아요. 위키노의 패브릭 컬러는 살짝 튀는 듯하면서도 공간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기분 좋은 포인트가 되어주거든요.

블랙 컬러를 포인트로 둔 제품이 많은 점도 좋아요. 제가 블랙을 선호해서요. 예전에 다니던 회사 오피스에도 위키노 제품이 있었는데, 사용 경험이 좋아서 그 기억도 한몫해요.

3D공간 작업 | image © Studio bnm

아키: 혹시 작업에 영감을 주는 콘텐츠나 인물이 있을까요? 지은님의 취향이 궁금해졌어요!

지은: Never too small' 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꾸준히 보고 있어요. 작은 집을 고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채널인데, 여기에 대부분이 건축가이시거나 공간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이에요. 공간에 대한 이해도도 높으시고, 작은 공간도 동선과 생활에 맞게 효율적으로 꾸미실 줄 아시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채널이라 즐겨 보고 있습니다!

한 분을 더 꼽자면, 오래 전부터 팬인 [‘오늘의집’ 공간디자이너 해리]님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의집’ 채널에서 공간 컨설팅을 다룰 때부터 쭉 봐왔던 분이고 실제로 해리님의 작업이 너무 좋아서 해리님께서 쓰시던 소파도 따라 샀던 적이 있어요. 공간에 대한 해석 능력이나 사는 사람을 고려한 디테일까지 챙기시는 모습 보면서 매번 감탄합니다.

Harry 디자이너 프로필 © 오늘의집

아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은님은 정말 ‘기능과 감성’ 모두를 챙기시는 분 같아요. 그렇다면 지은님만의 디자인 취향은 어떤가요? 특히 좋아하는 소재나 형태, 분위기가 있다면 궁금해요.

지은: 가장 우선적으로 보는 부분은 ‘용도가 있는, 의미 있는 디자인인가?’를 먼저 따져보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작은 집을 많이 다루다 보니 용도 없이 오브제 형태로만 있는 가구들은 들이기가 어려워요. 하나의 가구가 여러 용도를 겸하면 더 좋고요. (이건 아마도 작은 집을 컨설팅하는 입장에서 생긴 ‘강박’일 수도..ㅎㅎ) 그렇다고 해서 꼭 효율만 따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제품을 선택했을 때 그 제품이 충분히 기능적인 면이 있다면 상관 없습니다. 역할 없이 이쁘기만 한 제품은 제 취향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소재, 형태, 분위기는 어떠하던 ‘적당한 따뜻함’이 담긴 것을 선호해요. 우드를 좋아하는 편인데 전체가 우드인 제품도 좋지만, 우드 소재가 사용되어도 엣지(edge)에만 노출이 된다거나, 컬러는 블랙이지만 소재가 우드라던가, 다리는 스틸 프레임인데 상판만 우드인 제품이라던가, 조화롭게 잘 믹스 되어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컬러도 튀는 컬러보단 안정감 있으면서 따뜻한 톤을 선호하는 편이고요.

제 작업실에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집중해서 공간을 꾸렸어요. 앞에 있는 공간이 작업용이고, 뒤에는 남편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가 있어요.

작업실 | space © Studio bnm

아키: 그럼 지은님께 공간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단순히 작업의 대상이라기보다는 훨씬 더 깊은 애정이 느껴지거든요.

지은: 퇴사를 결정하기 전, ‘당근’ 플랫폼을 통해 무료 공간 컨설팅을 해준 적이 있어요. 20대 초반 여성분이셨는데, 서울에서 취업을 해서 먼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를 오신 케이스셨어요.

당시 매트리스 하나와 교자상 하나가 전부였는데, 그 분 취향에 맞춰 소파와 침대도 놔드리고 생활 패턴에 맞게 동선과 가구배치도 짜드렸어요. 결과적으로 그 분도 매우 만족해 하시면서 삭막한 서울 생활이었는데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말씀도 해주셨고요. 저에게도 공간이란 그런 의미인 것 같습니다.

여러 공간이 있겠지만 특히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은 ‘나’ 자신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비어있고 아무렇게나 방치되면 내 맘 또한 그러한 것이고 잘 채워두고 정리해두면 내 마음도 덩달아 따뜻해지고.. 저에겐 공간이 그런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에 더 아껴주려 노력하고, 이 기쁨이 많은 사람들에게 더 닿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컨설팅 일을 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예요.

당시 컨설팅 의뢰 프로젝트 | image © Studio bnm

아키: ‘이게 바로 지은님스럽다’ 싶은 공간 사례가 있을까요? 혹시 작업 중에 스스로도 가장 애착을 느낀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지은: 주방수납장 브랜드와 협업했던 3D콘텐츠가 있었어요. 주방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한 공간이었는데, ‘꾸미기 쉬운 집’이 아닌 ‘현실적인 고민을 담은 구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런 현실적인 고민을 담아 구조를 만들겠다는 접근 방식에 있어서 ‘나다움’이 드러나지 않았나 싶어요. 결과적으로 협업했던 브랜드 제품의 장점이 잘 드러나면서 완성도도 높은 공간이 될 수 있도록이요. 우드로 마감된 하부장이라던가 아이보리 베이스에 포인트가 되어주는 오렌지 계열 컬러들.. 집의 사이즈는 작지만 충분히 실용적이고 따뜻한 이미지의 공간이 되었고 이런 부분들이 저 다움을 잘 나타냈어요.

주방 아일랜드 F사 3D콘텐츠 제작 의뢰건 | image © Studio bnm

아키: 지은님의 작업을 더 보고 싶은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SNS도 운영하고 계시던데 각각 어떤 컨셉으로 운영 중이신가요?

지은: 인스타그램 계정 3개를 운영하고 있어요. 하나는 ‘스크랩룸 @scraproom.zip’이라는 계정인데요, 이미지 중심의 피드예요. 제가 작업한 스타일링 사진이나 제작 이미지, 아키스케치로 만든 가상 공간의 3D렌더링 이미지 등을 업로드하고 있어요. 설명은 최소한으로, 비교적 감각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죠. 말보다 이미지가 먼저 반응하는 공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원룸제나 @oneroom.jenna’라는 계정이에요. 여기서는 조금 더 진솔하게, 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어요. 퇴사 후 공간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 고민했던 시기들, 루틴에 대한 생각 같은 것들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내요. 예전에는 인스타툰(@92cci_toon)도 잠깐 그렸었고요, 요즘은 연습 삼아 릴스도 만들고 있어요. 직접 공간을 꾸미는 과정을 짧게 담거나, 좋아하는 브랜드나 소품을 소개하는 식으로요.

특히 두 계정은 저에게 각각 다른 의미가 있어요. 하나는 작업의 미감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인지 보여주는 일기장이에요. 둘 다 제가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을 조금씩 설명해 주는 도구 같아요.

아키: 그럼 결과물이 촬영되기 어려운 공간도 많을 텐데, 포트폴리오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지은: 맞아요. 실제 고객님의 집은 촬영이 쉽지 않아서 늘 고민이었어요. 공간 컨설팅은 늘 결과물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아요. 비포(Before) 사진은 어둡고 복잡할 때가 많고, 애프터(After)라고 해도 물건이 다 정리되어 있지 않을 때가 많아서 늘 기록을 어떻게 남길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 고민에서 시작된 게 ‘미니룸’이라는 콘텐츠예요. 가상의 원룸 구조에 스타일링을 입혀서 이미지화하는 작업이에요. 가구와 소품은 제가 직접 고르고, 조명과 질감도 섬세하게 조정해요. 현실적인 제약 없이 저의 미감과 방향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포트폴리오예요.

클라이언트 작업이 그들의 삶에 맞춘 설계라면, ‘미니룸’은 저의 취향과 아이디어가 오롯이 담긴 실험장이에요. 사람들이 공간을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고, 언젠가는 이 시리즈를 묶어서 작은 아카이브처럼 정리해 보는 게 제 작은 바람이에요.

아키: 앞으로의 방향성도 궁금해요. 새로운 프로젝트나 시도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을까요?

지은: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첫째는 1인 가구의 공간에 대한 컨텐츠를 많이 만들어 볼 예정이에요. 실제로 진행형이긴 하지만, 1년 반 동안 이 일을 해보면서 느낀 한계점들이 있습니다. 1인 가구가 부담해야 하는 컨설팅 비용이라던가, 공간을 잘 가꾸는 것에 대한 필요성 인지 부족 등.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1:1 컨설팅 방식은 한계가 있는 것 같아 SNS 컨텐츠를 통해 활동 범위를 넓혀가려고 해요.

둘째는 오랫동안 생각했던 부분인데 아키스케치를 활용한 3D공간 스튜디오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아키스케치를 통해 브랜드 협업을 하면서 느꼈지만, 가구 브랜드 입장에서 좋은 이미지를 얻기 위한 ‘스튜디오 대여’라던가 ‘공간 섭외’ 가 더 이상 오프라인으로 이뤄지지 않아도 된다고 느꼈어요. 리빙 인플루언서처럼 3D크리에이터들도 개성 넘치고 브랜드에 맞는 공간을 만들어 충분히 좋은 이미지를 낼 수 있다고 보여요. 실제로 고객한테 해당 템플릿을 제공해 직접 구성을 해보게 하고 싶고요.

아키: 그럼 끝으로 지은님 공간에서 단 하나의 오브제를 고른다면 어떤 걸 선택하시겠어요?

지은: 혼자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하며 만든 개인 작업이 있는데요, 그 공간에 썼던 위키노의 브레드 모듈 소파와 GL 라운드 테이블을 꼽고 싶어요. 

위키노 GL 라운드 테이블

위키노 브레드 모듈 소파


실제로 작업 시작했던 이유가 위키노 소파의 Oriole 컬러가 맘에 들어서였던 것도 있고, 평소 무채색이나 미색 컬러를 좋아하지만 가끔 저런 개성 있는 컬러를 만날 때 마음이 요동치는 경우가 있어서.. 항상 이 제품은 마음에 품어두고 있답니다. 나중에 개인 작업실이나 지금보다 집을 넓혀 이사를 가게 된다면 브레드 소파가 아니더라도 포인트 가구로 위키노 제품을 써보고 싶어요.


interview project info:
name: Studio bnm —  Jieun Kim
location: Seoul, South Korea
dates: May 7, 2025

👉 지은님에게 디자인 컨설팅을 의뢰하고 싶다면, @Studio_bnm에서 문의하실 수 있어요.
(※ 프로필은 아키스케치 앱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20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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